하석홍의 작업에 대하여
돌은 문명(文明)의 시작이며 문명(文明)의 미래다. 나는 현대 문명의 이중적이고 야누스적인 속성을 절감한다. 제주의 돌은 빛과 바람에 따라 다르고, 오름, 해안가, 산중턱 등 놓여 있는 곳에 따라 색도 모양도 다르다. 우리 삶의 모습과 함께한다.
하석홍은 20년 전인 2003년, < 서울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국제환경예술제-무당개구리의 울음전’ >에 초대되어 미생물과 인조석으로 섞어 만든 수 톤의 현무암을 ‘맨발로 걸어 보세요’라는 제목으로 전시장 바닥에 나선형으로 설치하였다.
작가는 제주바다 파도와 부딪혔던 돌, 그 위를 맨발로 올랐을 때의 촉감과 온기, 현무암의 굴곡과 힘이 전달되기를 관람객들이 함께 느끼기를 바랐다.
그 후로 2010년, 제주바다 해안가에 흰색돌, 붉은돌, 오방색, 오간색 돌을 끼워놓은 ‘夢돌’을 전시하였다. 이어 2016년에는 몽돌을 제주바다 하늘 위로 띄워 올렸다.
돌을 그린다는 것은 돌의 기운을 박제화시키는 인위적인 행위지만, 그는 돌의 표면과 내면, 우주의 뼛속 깊은 구멍을 영험하게 들여다본다.
유년시절 바다에서 놀다 귓속에서 나온 돌, 물이 천천히 떨어지며 녹은 돌...
그 돌에서 파생된 철인 너트와 볼트, 음과 양...
태초의 불, 물, 흙, 돌에서 시작해 산업시대로부터 현재, 미래로 향하는 상징매체로서 운명의 돌을 형상화한다. 돌의 주름 속에 킹 크림즈의 에피타프가 RECORDING 된다,
그는 2022년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 수상전’에서도 돌 속 공간의 건축 작업을 선보였다.
“돌은 바라볼 뿐이다, 돌은 느낄 뿐이다
옷을 벗지 못한 너트, 볼트의 이미지
사소한 갈등, 고민, 파장이 그의 작업에너지의 한 요소이다.
그는 생명의 자양분이 되는 열매가 달린 돌나무를 한 그루씩 선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