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질곡한 역사와 제주인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 제주도의 풍토성이 짙은 색채를 보여온 하석홍의 두 번째 개인전의 주제는 "끼니"이다.
작가는 첫 개인전('97년 10월 갤러리 제주아트)에서 인간의 삶의 역사와 함께해온 그릇을 소재로 외형속에 내재되어 있는 정신적인 것에 대해 사색하고 그것을 화면에 담았다.
그의 그릇이야기는 외형적인 아름다움을 뛰어넘어 그것이 안고 있을 진득한 삶의 이야기들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그릇과 함께 등장하는 녹슬은 숟가락, 찌그러진 냄비, 깨어져 금이간 조각들••, 그 사이사이에 흐르는 얼룩진 땟국물과 피어나는 곰팡 내를 보며, 그 속에 담겨진 바람같은 세월을 이기며 살아온 지난날의 억척스럽고도 소박한 삶의 이야기가 하석홍의 그릇에 담겨 져 있다. 하석홍의 그릇은 제주도의 역사와 제주인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인 것이다.
"갯 바람속에서 핀 꽃" 과 "고팡이야기" 는 제목에서부터 제주의 역사적 자연적인 환경이 진솔하게 담겨져 있다. 현재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조건으로 관광명소의 풍요 로움이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나 거센바람과 파도그리고 억척스런 삶을 살아온 우리네 어머니들의 삶의 숨결이 담겨 있는 것 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그가 그려온 그릇과 연결되어 "끼니" 라는 명제를 내어 놓았다. "끼니"는 우리에게 치열했던 과거 삶에 서 굶주림을 연관하는 단어로 기억 되어있다. 오늘의 경제위기 속에서 굶주림은 과거 먹을거리가 없어 끼니를 걱정하던 것과는 달리 개인의 주머니사정 즉 경제적인 요인이란 점이 차이가 있다. 세기말과 연관되어 기상의 이변으로 앞으로 지구의 식량위 기가 올 것이라는 예견이 설득력이 있고 정신적인 것의 고갈로 가치관이 혼돈되고 있는 시점에서 한 예술가가 "끼니" 라는 주제 로 전시를 가진다는 것은 주목해 볼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하석홍의 작품에는 그릇과 숟가락, 생선 등 가장 우리의 생활과 연관되어 있는 것들이 등장 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전시의 주 제인 "끼니" 와 연관하여 상징적인 의미가 담아져 있는 소재이다. 작가는 이러한 상징적인 소재들을 통해 각박해져가는 현실속 에서 생계수단의 이면에 숨겨진 생명에의 존엄성을 말하고 있다.